내가 생각하는 교육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여행자의 별 2016. 8. 16. 17:15



혹시 아이들 웃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지금 한번 아이들 웃음소리를 상상해보세요. 어떤가요? 만약 아이들 웃음소리를 떠올리는데 비웃음이나 가식적 웃음이 생각나신다면 심각한 일입니다. 어디선가 어떤 아이에게 받은 상처가 있는 모양입니다. 길 가는 어떤 아이라도 붙잡고 한번 웃겨 보세요. 아이들 웃음소리를 제대로 한번 느껴보세요. 저는 아이들 웃는 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작은 일 하나에도 빵하고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지요. 주말마다 여행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웃고 나면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기곤 했습니다.


웃음은 정말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M. L. NAP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공중전화 박스에 일부러 10센트를 놓고 잠시 그 장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화를 걸고 있는 사람에게 ‘혹시 제 10센트를 못 보셨어요?’라고 물으면 ‘여기 있어요!’라며 돌려주는 사람의 비율이 63%였습니다. 이번에는 동전을 둔 채로 전화박스를 떠날 때 다음 사람과 눈을 한번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니 72%의 사람이 돌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사람에게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96%의 사람들이 동전을 돌려주었고, 심지어 일부러 찾아와서 동전을 주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웃음은 상대방이 나를 평소보다 훨씬 더 호의적으로 대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는 거지요.


 


그 때문인지 저도 아이들의 웃음에는 어쩔 도리가 없이 약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좌충우돌하는 장난꾸러기들이 휴게소에서 물건을 깨뜨리는 사고를 쳤습니다. 범행 이후 아이들은 겁이 났던지 전부 차로 도망쳐왔지요. 고가의 물건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휴게소 직원들의 난처한 표정 앞에 저는 고개 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사과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려고 도망친 아이들이 괘씸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한바탕 혼을 냈고 정적이 흐르는 썰렁한 분위기가 되었지요. 그렇게 차를 타고 출발한지 5분쯤 지났을까요? 심각한 그 분위기가 답답했던지 누가 창문을 조금 열었습니다. 그러자 시골 논두렁의 거름 냄새가 차 안으로 확 밀고 들어왔고, 아이들은 코를 막으며 다 같이 ‘아! 똥 냄새!’를 외쳤습니다. 한 박자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똥 냄새!’를 외친 아이들은 차가 떠나갈 듯 웃어댔습니다. 그 웃음 한방으로 인해 저는 더 이상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흥분했던 제가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한마디로 무장해제된 거지요. 아이들의 웃음은 그 어떤 선생님의 굳은 표정도 무장해제 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 눈치 없는 헛웃음으로 선생님을 더 화나게 할 수도 있지만 웃는다고 화내는 선생님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함께 여행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웃는 것도 성격, 나이, 환경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같은 농담을 해도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아이들은 환하게 웃는 반면, 어둡고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들은 정말 웃는 건가 싶을 정도로 쓴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자주 웃으며 학년이 올라가면 웃는 경우도 점점 줄어듭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기는 하루에 450~600회를 웃는다고 합니다. 놀랍죠? 그에 비하면 초등학생들은 훨씬 적게 웃지만 그마저도 커가면서 줄어듭니다. 어른이 되면 웃는 횟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지요. 환경도 아이들의 웃음에 영향을 미칩니다. 교육열이 높고 스트레스가 많은 지역의 아이들일수록,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의 아이들에 비해 웃는 경우가 적습니다. 평소에 웃을 일이 없으니 여행을 가더라도 웃는 게 어렵습니다. 오히려 예민해진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건 무슨 정확한 통계 자료가 있는 건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제가 느낀 점입니다. 아이들을 두루 만나보니 대체로 이런 경향을 보였습니다.


사실 성격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부분이 많고, 나이는 자연스레 먹는 것이니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은 다릅니다. 아이가 처한 환경은 어른들이 만들었고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웃음을 잃어간다는 건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당장의 행복보다는 먼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살아갈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한 환경만 만들어주지요. 어른들 입장에서야 ‘이게 다 너희들 잘 되라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왜 그래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사고가 발달하고 자기 생각이 형성될수록 힘들어지고 웃을 일도 적어집니다. 우리는 늘 웃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웃는다는 건 행복의 증거이자, 행복을 위한 열쇠지요. 진정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웃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럼, 아이가 웃을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내가 웃는 겁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독일의 한 단체가 웃음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 하나를 봤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있었던 상황을 영상에 담았는데 한 여성이 휴대폰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웃음이 계속되자 주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여성을 바라봤지요. 조금 지나자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하나 둘씩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지하철을 타고 있던 사람들은 한 여성의 웃음으로 인해 다 같이 웃게 되었습니다. 웃음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항상 웃는 사람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됩니다. 코미디 프로도 나 혼자 볼 때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볼 때 더 많이 웃게 되지요? 아이가 웃길 바란다면 지금 거울로 자기 표정부터 살펴보길 바랍니다. 만약 근심 걱정 가득한 누군가가 거기 서 있다면 당장 그 사람부터 웃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두 번째는 지켜봐주는 거지요. 제가 아이들과 여행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아이들을 위해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수수께끼 같은 걸 알아 와서 들려주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난 이야기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거나 수수께끼 때문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같이 즐거워졌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이야기가 재미있을수록 수수께끼가 흥미로울수록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새로운 걸 요구합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새롭고 재미난 걸 끊임없이 찾아다니는데 딱 걸린 겁니다. 알아온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고 아이들의 요구는 계속되니 당연히 밑천이 바닥날 수밖에 없지요. 이제 아는 이야기가 없으니 너희들이 이야기해보라고 해서 잘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더 이상 이야기해주지 않는다고 저에게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몇 번을 경험하다보니 요령이 생겼고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뽑아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없음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었는데 나중에는 제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즐거워하는 아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듣고만 있던 아이들도 자기가 한번 이야기 해보겠다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시간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하면 반응이 이렇지만 요렇게 하면 반응이 요렇구나 하는 걸 알게 되는 겁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일단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줘야 하는구나.’ 하는 사회성도 익힙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성장하니 나이에 따라 다른 환경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일러주면서 지켜보는 게 좋습니다. 방법을 익히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지요. 고학년 아이들은 분위기만 된다면 간섭보다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지켜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이게 아이들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기쁘고 슬픈 일까지 있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이 세상을 무너뜨리고 애써 그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저 옆에서 그 세상이 잘 굴러가도록 도와주고 지켜봐주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좋은 웃음이 가득한 아이들 세상을 웃으며 지켜봐주세요!


2016/08/18 - [내가 좋아하는 책] - 엄마 수업 리뷰

2016/08/18 - [내가 좋아하는 책] - 부모의 5가지 덫 리뷰

2016/08/16 - [내가 좋아하는 책] - 엄마의 말공부 리뷰

2016/08/16 - [내가 좋아하는 책] - 여행육아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