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실천 사이
“사람이 위대한 것은 목적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목적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 때문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계획과 실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획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계획이 없으니 실천하면서도 불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사는가보다.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지만 그게 꼭 실천되지 않는다는 건 다들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계획한대로 실천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은 좋은 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계획과 실천 사이엔 무언가 있다. 계획을 하고 실천하기까지 내 행동을 살펴보면 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순간은 거의 없다. 무슨 일이든지 하고 있다. 휴대폰을 보든지 티비를 보든지 하다못해 잠이라도 자고 있다. 내가 계획한 새로운 일은 꽤 내성적인가 보다. 그런 기존의 일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자꾸 뒤로 물러선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 일을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지만 난 정작 엉뚱한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획한 일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버려야 한다. 버려야 틈이 생긴다. 인생은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하는 선택의 시간이 아니라 하지 않을 일들을 고르는 고민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 않을 일들을 정해보자.
가장 대표적인 일이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시간이다. 물론 내가 스마트폰으로 영 엉뚱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이것도 찾아보고 저것도 찾아보면서 나름대로 길을 모색한다. 때로는 정말 엉뚱한 길에서 헤매지만 대체로는 생각한 것들을 해결하느라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면서 나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하는 건 꽤 불안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손에 잡고 방랑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난다. 난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하소연을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할 일은 안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구나. 난 계획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되고 그건 곧 실패처럼 여겨진다. 알게 모르게 실패는 쌓여가고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향한다. 결국 불안해진다.
또 하나는 티비를 보는 일이다. 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처럼 줄거리가 분명한 티비 프로그램에 흠뻑 빠져든다. 티비를 보고 있으면 일단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다. 보는 게 다니까. 게다가 재미도 있다. 편하고 재미있고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티비도 끝나고 나면 허무하다. 한창 재미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면 ‘다음 이 시간에’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럴 때면 허무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온갖 기발한 광고들이 내 마음을 달래지만 그렇다고 허무함과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과 티비. 이 시대를 상징하는 두 매체의 끝에는 항상 허무와 불안이 놓여있다. 내 일상에서 버려야 할 것을 고른다면 이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 하는 시간과 티비 보는 시간을 아내와 이야기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 조용히 산책하는 시간으로 바꾸고 싶다. 계획한 것을 실천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 자신에게 좀 미안했다.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는 나에게 자꾸 새로운 걸 가져다주며 이것도 못하냐며 핀잔을 줬으니 말이다. 버릴 건 버리자. 그 다음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실천에 나서자.
최인철 교수의 강연에서 행복은 시간관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공감이 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은 결정된다. 온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데 집중하거나 코앞의 재미를 얻는데 낭비하는 건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돈 벌고 재미 얻는 것도 일상의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는 건 내 인생에 대한 모독이다. 버리고 계획하고 실천하고 달라진다. 계획과 실천 사이에 나의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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