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에세이들

부모의 고달픔

여행자의 별 2017. 5. 30. 08:40



부모.


부모는 무슨 죄를 지은 자의 이름인가?

특별히 모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연습 한번 없이, 느닷없이 부모가 된다.


아이의 탄생은

한없는 기쁨을 주지만

무한한 책임감도 함께 손에 쥐어준다.


기쁨과 책임감은 어느덧

기한 없는 수고스러움,

알 수 없는 노여움,

잘 해주지 못하는 슬픔으로 바뀌다가

다시 보람과 회한으로 소용돌이 치며 묘하게 출렁인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는 자신의 부모를 생각한다.

그 고달픔을 이해하고 웃다 눈물 흘린다.

부모를 증오했던 사람도

부모를 사랑했던 사람도

부모라는 그 고달픈 이름 아래 고개 숙인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그 본능적인 사랑과

필연적인 고달픔이

내 존재를 증명하고

살아가는 행복을 떠받친다는 걸.


문득 새벽에 도시락 싸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 고달픈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는 건 죄 짓는 느낌이라 그만둔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고달픔은 쉬이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끝나면 사랑도 끝나는 것처럼 군다.


마다하지 않고 고달픔을 자처한다.


그래서 부모는 고달프다.


이 고달픈 여행자가 슬프게 느껴지는 건

부름에도 응답이 없는 존재.

주는만큼 받을 수도 없는 존재.

내 새끼, 내 자식을 향한

따뜻한 불씨을 품고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이 끝나

도시락도 싸 줄 수 없고

걸을 수도 없고

숨을 쉴 수도 없다면

그 불씨가 꺼진 자리에

피어오를 한순간의 슬픔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발자국마저 고달픈

그 존재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리라.


부모.


부모는 무슨 죄를 지은 자의 이름인가?

그 아름다운 이름 앞에 작은 사랑을 고백한다.

더 울 수 없을 정도로 울어본다.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