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네트워크
사람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나 혼자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뿐이다.
어느 휴일 날 나는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열람실에 앉아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을 구체화시켜 나가던 중이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던 한 아주머니가 열람실 담당자에게
컴퓨터가 되지 않는다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조금 커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른 뒤 참다못한 한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지금 뭐하는 거요?”
“뭐하긴요. 도서관 컴퓨터가 안 돼서 이야기 중이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왜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하냐고요.”
“그럼 이야기 안 하고 어떻게 합니까?”
“안되면 다른 컴퓨터를 쓰든지 하면 되지 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냐고요.”
“컴퓨터가 안 되는 게 비정상이지 제가 비정상입니까?”
“나 참. 이런 걸 두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하지. 거참.”
이렇게 설전이 오가는 동안 도서관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아저씨 편에서 몇 마디를 거들며 아주머니에게 항의했다.
항의하다가 도로 항의를 받게 된 아주머니는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 하나 화가 폭발하면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나는 갑자기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분명 난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내 마음이 상처받는 느낌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충돌하고 우리 사이를 가득 채운 공기가 긴장감으로 물들 때 나는 혼자일 수 없었다.
사람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다들 자기만을 위해 사는 것 같고 자기 살 길만을 찾아
바쁜 것처럼 보여도 실상 우리는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다.
누구 하나가 싸우고 누구 하나가 죽는다면 우린 상처받고 괴로워한다.
안 그런 척하는 건 약한 존재가 되기 싫어서다.
그 상황에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모른 척할 뿐이다.
그런다고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세계가 너무 커서 먼 나라의 이야기는 무감각할 뿐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가까운 사람이
분노하고 싸우고 슬퍼하면 눈에 띄는 상처를 입는다.
우린 한 몸이니 다 함께 행복해야 한다.